달 밤
문병란
누가 부르는 소리 있어 밖으로 나오니 아무도 없는 뜰 위에 휘영청 달빛만 소근 소근 속삭인다.
무슨 못 잊는 마음이 남은 것일까 뉘우침 많은 가슴 되돌아 갈 수 없는 어젯날 위에 남겨 두고 온 발자국 그리는 것일까
누군가 못 견디게 그리운 이 있어 부르는 소리 따라 밖으로 나오니 아무도 없는 빈 뜰 위에 낙엽이 한 잎 두 잎 떨어져
낙엽들 끼리 서로 기대어 울고 있다.
못 잊은 마음도 그리운 마음도 모두 다 어리석음 탓이라고 달빛은 그렇게 가만 가만 속삭인다 가는 것을 가게 하라고 다독거린다.
누군가 부르는 소리 있어 밖으로 나오니 아 밖으로 나오니 풀벌레 마저 소리 죽여 우는 밤 살몃이 어깨 위에 손을 얹은 달빛이
'잊으라, 잊으라.' 하고 귓가에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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