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로마 배낭 여행을 할 때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에 있는 [진실의 입]을 직접 보고 기념 사진을 찍어 두었었다. 1953년에 나온 영화 [로마의 휴일]을 1986년 MBC에서 보았던 터라 로마에 가면 꼭 보고 싶은 장소로 메모해 두었기에 가능했지 않나 싶다. 지름이 약 1.5미터로 상당히 큰 대리석 조각인데 당시 1회용 카메라에는 조그마한 모습으로 찍혀서 아쉬운 감이 있으나, 오늘 느닷없이 오래된 필름 속에서 그 사진 [진실의 입]을 찾은 이유는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 심판 6차 변론을 생중계로 보면서 진실과 거짓의 적나라한 표상을 법정에 참석한 사람들의 얼굴과 입에서 뚜렷하게 인식할 수 있어서였다.
우리 사는 세상의 진정한 영웅이란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와 결단이 있는 사람]이다. 5천만 국민들 앞에서 아무런 부끄럼도 없이 거짓을 말하는 사람들의 얼굴과 입을 보면서, 또한 그들과 함께 동조하는 수많은 교활하고 어리석고 뻔뻔스러운 사람들이 지금 우리와 아무렇지도 않게 잘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도대체 진실과 거짓의 경계는 어디에 있는가 가끔은 무척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이번 달 난방비가 걱정스러워 내복을 다시 꺼내 입는 나 같은 가난하고 초라한 농부의 푸념이라 스스로의 생각을 폄하하면서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한가지 명백한 현실을 직시할 수밖에 없는 나는, 그럼에도 이 세상에 기본적인 양심도 수치심도 없는 사람들이 어쩌다 이렇게 많이 살게 되었는지 참으로 안타깝고 서글픈 마음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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