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
도 종 환
당신은 이곳에 오시어 꽃 피는 시절만을 보고 가십니다
복숭아빛 노을 속에 뜬 새 한 마리 기억만을 담아가십니다
발끝 자물에 적시며 나누던 아름다운 이야기들의
추억만으로 오늘도 또 이곳에 오십니다
그러나 당신은 비명과 총소리 이 갯가에 가득하던 때의
저녁 비린내를 알지 못하십니다
먹구름에 쫓겨 황급히 달아난 사람들 생각에
산그늘진 마음 한쪽을 모르십니다
당신은 언 발을 구르며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을 기다리던
우리들 피묻은 추억을 생각지 못하십니다
불덩이로 솟았다 지금은 가슴 곳곳 구멍이 뚫린 채 식어있는 돌멩이들처럼
아직 우리의 가슴은 메워지지 않은 채 이 바닷가에 쓰러져 있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무엇이 썩어서 이곳에 꽃 한 송이를 키우는가 생각합니다
무엇이 살아 저렇게 이파리들 몸서리치게 흔들고 있는지 생각합니다
오늘도 밤새가 울어머니 내 나잇적 똑같은 소리로 우는지 생각합니다
제주도(2004.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