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은 매일매일 선택을 해야하고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슬기로운 지혜와 현명한 판단을 필수 전제 조건으로 한다. 하지만 [지혜]는 100년을 살며 노력해도 그리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우리는 늘 후회하고 슬퍼하고 누군가를 증오하며 살다가 죽음을 얼마 앞두고서야 비로소 [사랑]의 본질을 깨닫게 된다. 그 [사랑]이라는 본질을 깨달아 가는 길은 시공을 초월하기에 우리는 흔히 [영원]이라는 단어로 그 길을 포장하기도 한다.
제주 천왕사 [지오스님]과 우리 부부는 그저 반가운 인사 외에 별다른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그럼에도 그 분의 미소에선 늘 [지혜로운 삶]이란 어떤 모습인지를 느끼게 한다. 1972년이었던가... 고등학교 시절 해남 대흥사에서 우연히 만난 [법정스님]께서 불을 지피다가 문득 내게 주신 한 말씀을 기억한다. "너는 귓구멍이 커서 남의 말에 쉽게 현혹될 수 있겠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고 평생 동안 좋은 책을 가까이 두고 살아야 한다." 음- 그 때는 내게 농담삼아 하신 말씀인 줄 알았는데, 내 나이 70이 되어서야 겨우 그 말뜻을 이해하게 되었으니 나도 참 답답하고 어리석은 사람이었음에 틀림없다.
어제 아들이 두 손자 녀석들과의 대화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다소 진지한 문자를 보내와 "맞아, 이제 그럴 때가 되었지." 라고 가볍게 응수하고 나서 잠자리에 누웠는데, 지난 시간들이 문득 파도처럼 몰려와 온밤을 거의 뜬 눈으로 지새웠다. 하지만 새 날이 밝아도 나는 아들에게 또 다른 문자를 보내지는 않으려 한다. 아내나 자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침에 열 마디쯤 떠오르더라도 하루 종일 되새김하다가 저녁 때쯤 한 마디 정도 건네야 한다는 내 나름의 [지혜]를 터득했으니까. 그나마 한 마디 말도 하지 말아야 할 경우도 있거든, 왜냐하면 선택에 대한 후회는 결국 자신에게는 미움을, 타인에게는 증오를 낳기 마련이어서 훗날 [사랑]이라는 빛마저도 어둠 속에 가두는 지독히 음울한 나날들을 만들어갈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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