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주사 골짜기
문정희
화순 당 운주사 골짜기에는
돌마다 모두 피가 돌아서
긴긴 해 머리에 이고 웃고 섰더라
하룻밤에 천 불 천 탑을 세우면
극락이 이루어진다는 서원에 따라
밤새도록 돌들이 일어섰는데
그래도 천 불 천 탑이 안 돼
해남 목포 보성 돌까지
우뚝우뚝 걸어와 미륵불로 섰는데
앗! 불사
새벽에 이미 첫닭이 울었다고
누군가 거짓말을 해 버려
모두들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그래서 지금도 운주사 골짜기에는
뒹구느니 서원이오
채이느니 미륵들 ….
가득히 가득히 기다리고 서 있더라.
하여간 무언가를 기다리고 서 있더라.
전남 화순 운주사(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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