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고양이 나비(2012. 01)
2년 전부터 우리집 주위에 맴돌던 야생 고양이들에게
사료와 뼈다귀 등등 맛있는 먹이를 주다보니
어느덧 20여 마리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집 여덟 개들하고는 참으로 위험한 동거라서
그동안 수컷 '다롱이'가 한 입에 물어 죽인 숫자만도 부지기수다.
한 놈씩 희생을 당할 때 마다 가슴이 아프지만 그렇다고 우리 개들을 나무라면 의기소침할까봐
이런 상황을 그들의 생태균형 유지로 자연스럽게 인정하곤 했다.
'변산이'와 '나비'는 벌써 어른이되어 이녀석들은 낮에도 테라스 탁자 위에 놓아 둔 먹이를 먹고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강아지들 오후 산책 시간이 되면 슬며시 숲으로 갔다가
밤이되면 다시 내려와 밤을 보낸다.
밤에만 찾아오는 녀석들 가운데 아직 어린 새끼들이 있는데
우리는 이들에게 각자의 이름을 부여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흰눈이, 바둑이 등등...
그 중 유난히 허약하고 어린 '여름이'를 집사람이 가장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는데...
지난 1월 1일 아침 개들의 산책 시간을 모르고 잠들어 있던 '여름이'가 우리집 '아롱이'에게
쫓겨 겨우 생명을 부지했다.
도망가던 순간 집사람은 맨발로 뛰어나와 '아롱이'를 부르고 소리치고 난리가 났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기어이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여름이'가 미쳐 피한 줄 모르고 '아롱이'를 풀었는데 벼르고 벼르던 '아롱이'가 결국 '여름이'를
한 입에 물어 죽이고 말았다.
어쩌나! 집사람은 아직 자고 있기에 나는 '여름이'를 숲속에 가져다 낙엽으로 무덤을 만들어 주었다.
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
집사람은 '여름이'를 찾는다. 하루는 밤 늦게 후레쉬를 켜고 숲속으로 찾아나서는 모습을 보고
아! 나는 '여름이'의 죽음을 알려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그러면 또 얼마나 상처를 받을까 해서
아직도 나는 이렇게 말하곤 한다.
"고양이는 한 번 놀라면 다시 오지 않는가 보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