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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야기-4(이별 없는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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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고아빠 2011. 11. 2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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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풀이 없다면 저 바람이 어디서 오는지

저 바람이 어디로 가는지 난 알 수 없겠지요

 

[Generation ohne Abschied]

 

70년대 초 대학에서 Wolfgang Borchert(1921-1947)의 Generation ohne Abschied(이별없는 세대)를 처음으로 번역하면서 '만남과 이별'의 의미를 그저 사전적 의미로서만 생각했었는데, 숱한 세월이 지나 이제와 다시 읽어 보니 2차 대전 직후 젊은 Wolfgang Borchert의 눈과 마음에 비친 세상의 적나라한 모습들이 어제처럼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 사회의 모습 또한 그 당시와 전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에 문득 소름끼치도록 강한 전율을 경험했습니다.

 

'진정한 만남'이 없이는 '이별'도 없고, '믿음과 배려'가 없는 세상은 비정하고, 나아가 돌아갈 고향도 없다는 그의 글에서 나는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삶을 좀 더 진지하고 예리하게 되돌아 봐야 한다는 어떤 소명의식 마저 느꼈습니다.

 

Wir sind die Generation ohne Bindung und ohne Tiefe. Unsere Tiefe ist der Abgrund. Wir sind die Generation ohne Glück, ohne Heimat und ohne Abschied.

Unsere Sonne ist schmal, unsere Liebe grausam und unsere Jugend ist ohne Jugend.

우리는 서로 만남도 없고, 깊이도 없는 세대다. 우리의 깊이는 나락과도 같다. 우리는 행복을 모르고, 고향도 잃은, 이별마저도 없는 세대다. 우리의 태양은 희미하고, 우리의 사랑은 비정하고, 우리의 청춘에는 젊음이 없다.

 

카메라를 메고 길을 나서면 매 순간 수많은 사람과 사물들을 만나게 됩니다. 의식적이던 무의식적이던 간에 나는 카메라 렌즈의 대상을 선택하고 곧바로 시간과 공간을 정지시켜 그 대상을 필름에 담았습니다. 우연히 재미있고 멋진 사진이 만들어졌고, 나는 자랑스레 그 사진들을 밖으로 내보였습니다. 필름을 스캔하면서 수천 컷을 삭제하였습니다. 의미가 없는 사진들이었기 때문이지요. 시간과 공간을 정지시켜 그 안에 나를 존재하게 한 단순한 행위 이외에 내가 그 사진을 왜 찍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습니다.

 

'짧은 만남, 긴 이별'의 사진에 찍힌 사람들은- 노인들일 경우 지금쯤 살아 있을 확률이 거의 전무합니다. 하지만 그 사진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단 몇 분의 짧은 만남에서 부터 수십년을 함께한 내 가족을 포함하기도 합니다. 겉보기에는 잘 찍은 사진이 아닐지라도 '만남'이 있었기에! 내게는 마냥 소중하고 아름다운- 볼 때 마다 아련한 이별의 슬픔이 느껴지는- 정말 가치 있는 사진들입니다. 우주의 기인 시간에 비추어 보면 '만남과' 이별'의 여정들은 정말 '찰나'에 불과하겠죠?

Darum sind wir eine Generation ohne Abschied.

Wir verleugnen den Abschied, lassen ihn morgens schlafen, wenn wir gehen, verhindern ihn, sparen ihn - sparen ihn uns und den Verabschiedeten.

Wir stehlen uns davon wie Diebe, undankbar dankbar und nehmen die Liebe mit und lassen den Abschied da.

 

그렇듯 우리는 이별 없는 세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이별을 부인하며, 우리가 떠날 때엔 아침마다 이별을 잠들게 한다. 이별을 막고 이별을 아낀다. - 우리들을 위해서, 또한 떠나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것을 아낀다.

마치 도둑처럼 이별 앞에서 몸을 숨기며 사랑을 가진 채 이별을 남긴다.

 

Wir sind voller Begegnungen, Begegnungen ohne Dafür und ohne Abschied, wie die Sterne.

Sie nähern sich, stehen Lichtsekunden nebeneinander, entfernen sich wieder:

ohne Spur, ohne Bindung, ohne Abschied.

 

마치 하늘의 별처럼 우리는 무수히 만나지만, 만나도 그것은 짧고, 진정한 이별은 없다.

하늘의 별들은 서로 가까이 와서 잠시 자리를 함께 하지만, 다시 멀어진다.

흔적도 없고, 연결도 되지 않으며, 이별도 모르는 채 멀어진다.

 

Wir begegnen und auf der Welt und sind Mensch mit Mensch

- und dann stehlen wir uns davon, denn wir sind ohne Bindung, ohne Bleiben und ohne Abschied.

 

우리는 이 세상에서 만나, 서로 함께 지낸다.

- 그러고 난 다음 각자 몸을 감춘다. 우리는 아무 만남이 없고, 오래 머물지도 않고, 이별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Wir sind eine Generation ohne Abschied, die sich davonstiehlt wie Diebe, weil sie Angst hat vor dem Schrei ihres Herzens.

 

Wir sind eine Generation ohne Heimkehr, denn wir haben nichts zu dem wir heimkehren könnten, und wir haben keinen, bei dem unser Herz aufgehoben wäre

- so sind wir eine Generation ohne Abschied geworden und ohne Heimkehr.

 

우리는 이별을 모르고 제 가슴에서 나는 소리를 두려워하며, 도둑처럼 그 자리에서 몸을 숨기는 세대다.

왜냐하면 우리는 고향이라고 할 만한 돌아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가슴을 어루만져 줄 만한 사람이 우리에게는 없다.

- 우리는 이별 없는 세대가 되었고 돌아갈 고향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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