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한 그루 팽나무 앞에 설 때면 나는 늘상 경외심(敬畏心)을 느낀다.
작은 씨앗 하나가 모래 둔덕에 떨어져 싹을 틔우고 오랜 세월 거센 폭풍우와 눈보라를 이겨내고
저리 늠름하게 자란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제 한 몸 지탱하기 위해 더 깊이 땅속에 뿌리를 내려야 하는 그 고통 얼마나 컸을 지
한동안 생각에 잠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실은 우리도 이 척박한 땅에 바닷가 팽나무 같은 민주주의 나무를 심고 가꾸어 왔다.
이 나무가 자유와 평화, 정의와 공정한 분배가 보통 사람들의 보편적 가치로서 꽃을 피우도록
튼튼한 줄기를 가진 뿌리 깊은 나무로 키우는 일이 바로 우리의 권리이자 의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