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중 후반 남부지방을 강타한 혹독한 가뭄을 기억합니다.
관계시설이 거의 전무했던 천수답에 생계를 유지했던
우리 마을 사람들의 고통이 얼마나 처절했었는지
당시 어린 중학생이었던 나에게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초가을 어느 토요일 오후, 자취 생활을 하던 나는 오랜만에 고향집을 찾았습니다.
해창만 뻘밭 넘어 불어오는 갯바람에 희뿌연 흙먼지로 가득한 신작로를 한참 걸어
마을 논두렁길로 접어들었을 때, 우리 반달 논 가운데
아버지 어머니 두 분이 구부정한 허리로 웅크리고 계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버지가 말라버린 키 작은 벼에 불을 놓고 있었습니다.
타닥타닥 불길이 번지더니
이윽고 벌건 화염이 때맞춘 갯바람에 용트림을 시작했고
반달논 넘어 두마지기 논배미도 순식간에
까뭇까뭇 잿더미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저무는 햇살에 더욱 검붉어진 아버지 얼굴을 망연자실 쳐다보던
어머니 얼굴에 붉은 눈물이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당황스럽고 미안한 마음에 뒤돌아
문득 신작로 너머 서쪽 하늘을 바라보니
뿌옇게 펼쳐진 바다 위 저녁 하늘이 저리 붉었습니다.
광주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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