裸木
신경림
나무들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서서
하늘을 향해 길게 팔을 내뻗고 있다
밤이면 메마른 손 끝에 아름다운 별빛을 받아
드러낸 몸통에서 흙 속에 박은 뿌리까지
그것으로 말끔히 씻어내려는 것이겠지
터진 살갗에 새겨진 고달픈 삶이나
뒤틀린 허리에 배인 구질구질한 나날이야
부끄러울 것도 숨길 것도 없어
한밤에 내려 몸을 덮는 눈 따위
흔들어 시원스레 털어 다시 알몸이 되겠지만
알고 있을까 그들 때로 서로 부둥켜안고
온몸을 떨며 깊은 울음을 터뜨릴 때
멀리서 같이 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창작과비평사:1993)
전남 담양(1999)
| Two Lovers & Three Families (0) | 2015.09.29 |
|---|---|
| To the New World - 21C 난민을 생각하다 (0) | 2015.09.28 |
| 그대 있음에 (0) | 2015.09.23 |
| 오래된 미래-마지막 장날 (0) | 2015.09.23 |
| 피마자(아주까리) 유감 (0) | 2015.09.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