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유 안 진
한 오십년 살고 보니
나는 나는 구름의 딸이요 바람의 연인이라
비와 이슬이 눈과 서리가
강물과 바닷물이 뉘기 아닌 바로 나였음을 알아라
수리부헝이 울어대는 이 겨울도 한 밤중,
뒷뜰 얼음 밭을 치달리는 눈바람에,
마음 헹구는 바람의 연인,
가슴속 용광로에 불지피는 황홀한 거짓말을,
오오 미쳐볼 뿐 대책 없는 불쌍한 희망을,
내 몫으로 오늘 몫으로 사랑하여 흐르는 일
삭아질수록 새우젓갈 맛나듯이,
때얼룩에 쩔을수록 인생다워지듯이,
산다는 것도 사랑한다는 것도,
때 묻히고 더럽혀지며,
허상에 넋을 잃어 진실을 놓치며,
죄업에 혼이 빠져 정직을 못 가리며,
어디론가 쉬지 않고 흘러가는 것이다
나란히 누웠어도 서로 다른 꿈을 꾸며,
끊임없이 떠나고 떠도는 것이다,
멀리 멀리 떠나갈수록, 가슴이 그득히 채워지는 것이다,
갈 데까지 갔다가는 돌아오기도 하는 것이다,
하늘과 땅만이 살 곳은 아니다,
허공이 오히려 더 살만한 곳이며,
흐르고 떠도는 것이 오히려 사랑하는 것이다
돌아보지 않으리
문득 뒤 돌아다 보니
나는 나는 흐르는 구름의 딸이요
떠도는 바람의 연인이었어라.
Self Portrait(광양 다압 매화농원에서. 2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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