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백합 지던 날(2023.08.22, 칠월칠석)
꽃이 피는 것은 분명 '기적'이고 우리는 그 기적을 '신화'라는 이름으로 재 포장한다.
그리고 그 재포장의 재료는 '언어'이다.
언어는 끊임없이 분할되며 굴절한다. 그리하여 언어 안에는 아직은 순수한 행위로서
남아 있는 빈곤한 언어가 있는 반면에, 언어의 축적에 의해 남아도는 잉여적인 언어,
다시 말해서 사물을 위해 소비되는 언어가 아니라 언어를 위해 소비되는 장식적이고
과장적인 언어가 있다.
사진은 분명 일종의 기호이며 침묵하는 언어이다. 굳이 소쉬르, 움베르토 에코, 롤랑 바르트를
읽지 않아도 그 자체로 내 마음을 당신의 마음으로 전달할 수 있는 훌륭한 매체이다.
그러므로 자신이나 타인의 사진 한 컷에 애써 장식적이고 과장된 언어를 소비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