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ife

시간의 언어(Time's Language)

보고아빠 2022. 11. 10. 09:20

 

우리는 시간이 공간 속에 위치한 물질적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운동하는 시간'이라는 이미지를 고수하려는 경향이 있다. 공간 속에서는 시간과 관련된 많은 사물, 예컨데 달력, 시계, 개기 월식, 밀물과 썰물 등을 찾아볼 수 있으나 시간 자체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 그러나 시간이 공간 속에 존재하지 않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라는 말은 여전히 우리의 세계 정신 속에 운동하는 시간을 주제로 한 두 개의 강력한 변주를 만들어낸다.

 

1. 과거현재미래: 시간은 무한한 미래에서 현재를 거쳐 무한한 과거를 향해 직선으로 움직인다. 즉, 미래는 끊임없이 현재를 쇄신하고 과거 속으로 사라지는 힘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미래를 '기원'으로 보고, 과거를 단지 현재 속에 모든 에너지를 불어넣고 소진한 일차적 힘의 잔해로만 간주하는 이러한 견해는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앞으로 더 나빠질 것이라는 두려움의 근원이 될 수 있다.

 

2.  과거현재미래: "과거는 결코 죽지 않을 뿐 아니라 지나간 것도 아니다."라는 William Faulkner (1897-1962)의 경구를 떠올리게 하는 시간의 두 번째 이미지에서는 과거가 현재의 기원이 되며, 미래는 과거가 현재에 물려준 것만을 상속할 수밖에 없는 제3세대의 상속자일 뿐이다. 이러한 견해는 우리의 삶과 전통의 영속성과 의미에 대한 믿음을 가져다 주지만, 다른 한편으로 언젠가 모든 것을 말하고 행한 뒤 우리의 삶은 단지 역사가 처음부터 정해준 자취를 그대로 따라가면서 그것을 심화시키는 정도에 그치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의혹을 빚을 수도 있다.   

                                                                                             - Louis E. Wolcher: Time's Language에서 요약- 

 

우리의 일상에 깊숙히 자리한 '사진'도 사실은 '시간의 언어'이자 '의지의 표상'입니다. 말하자면, 사진에서의 시간은 결코 과거가 아니며 끊임없이 요동치며 흐르는 강물과 같습니다. 아울러 사진가는 그 강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의 사진 한 컷은  '과거현재미래', 혹은 '과거현재미래' 두 가지 유형 중 어떤 유형을 더 강조한다거나, 아니면 두 유형을 동시에 병치시키고 있습니까?  만약 이러한 생각을 마음에 두고 한 컷의 사진을 찍는다면 당신은 이미 훌륭한 사진가임에 틀림 없습니다.